시간도 붕 뜨고 책이라도 많이 읽자 생각이 들어서 서점에 갔다. 원래 사려던 책은 여기저기서 추천 많이 하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였지만 지친 상황에서 호흡이 긴 소설을 읽으면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덮어버리지 않을까 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걸 찾았다. 그렇게 찾은 책이 하루키가 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책은 뉴욕마라톤을 준비하는 작가가 그 과정에서 하루 하루 써낸 글들로 엮여져 있다.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 달리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들이 책에 녹여져 있었다.

작가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가 글을 장기간 쓰기 위해서는 체력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런 생각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어느 순간 마라톤을 준비하고 십년이 넘도록 계속해서 달리기를 자신의 생활의 일부로 삼아 매년 열리는 마라톤 대회와 트라이애슬론 대회등에 참여한다. 글을 쓰는데 필요한 체력을 위한다는 것을 넘어 달리기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녹여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자신을 호칭하는 단어로 작가라는 말과 러너라는 말을 같이 써낸다.)

이런 말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으나 참 경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나 마라톤이라는 종목이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체력을 극단으로 몰아붙힌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을 힘든 상황에 몰아넣고 생각을 정리해내는 과정이 종교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나 목표를 위해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직업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내는 것이 직업인이나 전문가로서 참 멋지다고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작가의 삶이 조미료 하나 넣지 않은 밍밍한 음식이 생각날 정도로 나쁘게 말하면 무미건조하고 애매하게 말하면 담백하다는 생각도 든다.(적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쓴다) 그래도 그렇게 자극적인 것 없이 매일매일 일상에 자신을 쏟아붓고 삶을지속해 나가는 것도 나름대로 멋진 삶이고, 멋진 인생이다라는 생각이 또한 든다.


아무리 해도 지금은 반성의 시간인지 배워야 할 점이니 뭐니 나 자신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많았다. 먼저 살아가고 있는 어른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고민하는 나에게 자기 살아온 거 두런두런 얘기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점에서 배철수 음캠을 들을 때 느끼는 감상 그런 게 책에서 느껴졌다. 잘 읽었다.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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